나의 이야기

세상이 운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1. 30. 10:35

 

 


세상이 운다

 


아버지가 운다
세상살이가 막막해서 운다
열심히 살아도 힘 만든 세상
사내의 눈물은 피 눈물

식구들 굶길 수는 없는
가장의 임무는 천명이다
세상이 망조(亡兆) 들어
일자리가 다 사라져 버리고
아버지들은 무너진다

차라리 먼 옛날 농경시대처럼
뿌린 대로 거두고
풀 뜯고 흙 파먹고 살 때가 배짱이 편했다

몸으로 때우던 그 시절이 좋았다
전기도 없고 어두워지면
별 보고 잠자던 그 시절이 오히려 좋았다

아버지가 숨죽여 우는걸
몰래 봤다
아버지도 운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세상이 슬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