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왔다가 늦가을이면 떠나는 백로가 저 노을 위에 떠 있다 연평도 박하게처럼 만세 부르며 달려가는 그가 오슬로를 지나서 뮈르달, 플롬, 구드방겐, 보스, 베르겐까지 돌아서 자월도에 도착했다 엄마가 늘 동경하던 노르웨이는 밤마다 뱃전처럼 요동치며 새처럼 날아올랐다 백야에 뭉크가 벽화를 그리는 칼 요한슨 거리를 걸으며 절규는 하지 않았다 엄마가 내 곁을 떠나면서 나는 새가 되기로 결심했다 어디로든 날아다닐 수 있는 대신 나는 지난한 삶을 선택했다 코로나와는 상관없이 무작정 날아올랐다 그동안 모아둔 돈은 아껴 써야 했다 가는 곳마다 일자리를 찾아 곳곳에서 숙식을 해결하기로 했다 허드레 일은 고됐지만 평생을 돌아다녀야 하는 운명을 찬양했다 엄마와 마지막 싸운던 날을 기억한다 관절이 불편한 엄마는 노르웨이 트래킹을 거부했다 설산을 바라보던 그날 엄마는 여행을 포기했었다 엄마를 업고 내려오면서 우린 서로 가볍다고 생각했다 성사를 보던 날 신부님께서 '빨강머리 앤'을 읽으라고 주셨다 나는 '주홍글씨'를 대신 읽었다 그 이후로 주일 미사를 포기했다
도시의 새들이 긴 한파와 폭설로 굶어 죽었다 아파트촌에는 식량이 별로 없다 뭐하러 숲에서 여기까지 내려왔는지 모르겠다 노르웨이 새들은 자유롭고 풍요롭다 드넓은 바다와 강, 울창한 숲 먹을 것도 많다 독수리가 먹이를 찾는다 육식 동물이란 먹이가 다르다 저보다 약한 동물을 잡아먹는다
새가 추락했다 나이가 많아서 노쇠한 왼쪽 날개가 부러졌다 날진 못해도 다행히 걸을 수가 있다 숲에는 먹이가 많아서 승냥이만 피하면 살아갈 수 있다 노르웨이 숲을 떠나 연평도로 가기는 이제 틀렸다 연평도 박하 찜도 이제 맛볼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