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식탁에 앉아 마시는 차 한잔의 수명처럼 찰나일지도 모르는 생을 구차하게 늘려본다 앞에 있던 당신도 사라지고 먼 그대마저 떠나 버리면 소멸의 시간이다 준비 없이 찾아오는 이별의 순간들을 겪다 보면 세상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무도 내리지 않는 간이역에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지루함처럼 존재의 상실은 무채색이다
창밖을 보면 늘 노을이 진다 그 많던 벌새들도 보이지 않고 맨 발로 계단을 오르면 비루한 삶의 바닥들이 삐걱거리고 유리창을 닦으며 비치는 지친 자의 모습은 구겨진 신문지 같다 몸을 부딪히며 사는 사람들의 관종의 의미는 그렇다 외롭다는 소리 없는 절규
달걀 프라이는 꼭 두 개를 한다 하나면 꼭 나를 닮은 것 같아서 아무 곳에 전화를 해서 상대의 목소리를 확인하고 죄송하다며 끊는다 누군가와의 십 초짜리 대화로 위로를 받는다 상실은 너무 쌓아두고 가진 것이 많아서 오는 것 욕망에서 기인된 내 업보임을 자인한다
나의 인형 나의 종달새 나의 피에로 오늘도 나를 만나러 상실의 거리로 역마처럼 달려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