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3. 30. 10:22
사랑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
반듯이 눕는다
가슴이 반듯하지 못하다
모로 눕는다
비로소 심장이 반듯해진다
반듯하게
눕지 못하는 까닭을 나는 안다
옆 사람을 위해서다
지금은
곁에 아무도 없어도
반듯하게 누울 수가 없다
습성은
이토록 모질게 오래도록 남는다
미움과 연민과
복수와 용서는 모두 사랑이다
돌아가지 못할 먼길에 와서야
그 이치를 느지막이 깨닫는다
다시 시작할 수 없는 지나온 삶은
저녁강가 물비늘처럼 늘 반짝인다
곧 어둠이 내리면
새마저도 둥지로 날아가는데
사람은 제 둥지로
돌아가는 길을 잘 모른다
사랑하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
설령
돌아갈 수 없더라도
이미 늦었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