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4. 15. 10:36

 

 

 

루나

 


침묵이 가장 깊은 마음의 대화라는 걸 깨달았을 때
그는 이미 내 곁을 떠나가 버렸습니다
손짓 발짓에 숨이 막혀 줄을 것 같다고
나의 냉가슴 사랑은 끝이 나 버렸어요
말하는 사람들의 침묵이 사랑이었고
나의 침묵은 병이었다고
그가 말했습니다

그해 겨울은 눈이 많이 내렸어요
눈사람도 만들고, 눈썰매도 탔지만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겨울새는 그렇게 병들어 갔습니다
말 못 하는 나는 울지도 못합니다
가슴은 울려도 말은 나오지 않아요

침묵은 금이다, 아니
침묵은 불행이었어요
불전 앞에서 천일기도를 드립니다
돌아가는 길목에서 그대 만나기를 소망합니다

침묵이 가장 절실한 울림이라고
침묵이 가장 신성한 대화라고
침묵이 가장 진실한 대화라고
그가 말합니다

나는 철학자가 아닌
벙어리 새, 루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