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오래 묵은 안부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4. 22. 12:07
오래 묵은 안부
잘 있나요
벌써 세월이 훌쩍 멀리와 있네요
저 기억의 강가에는 바람 불고 비 내리는데
나는 지금 천변을 걸으며
그 기억의 강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별이란 정해진 운명이라서 어쩔 수가 없었지만
추억이란 이름으로 곁에 남아 있네요
영영이란 없으니
살아있는 동안은 함께하고 싶습니다
잘 있었나요
내게는 세월의 주름이 나이테처럼 움푹 파였는데
그쪽은 어떤가요
아직도 그때처럼 고우신가요
보고도 싶지만
죽어도 뵈올 일은 없을 듯싶습니다
그렇게 세월의 강폭은 멀고도 길기만 합니다
한 세상 왔다가는 일이 이리도 부질없고 허무합니다
그대를 만난 일이 화양연화였다면 그때가 호시절이었어요
여름 한복판 호우처럼
우리의 시절도 무모했지만
시절 인연이란 윤회의 緣이라고 생각합니다
죽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좋았던 때 그 사람을 한 번쯤 생각해 주십시오
그럼 고맙겠습니다
그대가 먼저 떠나면
내 찾아 가리다
흰 국화 한 송이 바치고 돌아 오지요
하지만 내가 먼저 가리니
그럴 일은 없지 싶습니다
잘 있나요
잘 있었나요
잘 계신지요
안부 인사조차 모르는 그대는
오늘도
잘 웃고, 잘 떠들고, 씩씩한가요
궁금합니다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