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레테의 강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4. 27. 09:39

 

 

레테의 강

 


좀 이른 것 같아
꽃이 피는 것도 그렇고
눈이 오는 것도 그렇고
내겐 세상이 다 그런 것 같아
나만 한발 늦어
크는 것도 그렇고
철이 드는 것도 그렇고
다 늦고 더디게 가는 것 같아
속상해

그러나 아직은 이르다는 말도 못 해
이미 세월은 다 흘러가버려서
꼰대가 돼 버렸거든
그래도 이르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있네
늘 더디 살고 있으면서

아직은 이르다고
떠나려니 미련이 남는다고
아직은 생각도 많고
몸도 그럭저럭 따라준다고
갈 길이 먼 곳도 아니고 가까운데 굳이
서둘러 떠날 필요 있겠냐고
에둘러 말하고 싶지만
종착역이 보이고 말았네

철들자 종착역이네
이제 저 망각의 강을 건너면
근심 걱정 다 버리고
아이가 된다네
아이야 너는 내가 누군지 알겠니
아이는 다만 슬며시 웃고만 있네

나는 그렇게 더디게만 살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