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노을 바람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5. 6. 07:58

 

 

 

노을 바람

 


꽃보다 예쁜 당신이
꽃처럼 지고 있습니다
세월의 굴레 바퀴가 우리를 이곳까지 데려 왔네요
입가의 고운 미소도 주름살에 패이고
눈가의 잔주름도 눈물같이 얼룩 집니다
잡을 수 없던 세월이 바람 같은 그대로 만들었네요

한때 연인이었던 그대는
잡을 수 없어 더 사랑하지도 못하고
그저 반가운 사람으로 남아 있습니다
문뜩 떠오르는 날에는 가슴이 아려서 먼 곳을 봅니다
잡을 수 없어 날려 보낸 하늘가에는 깃털같이 가벼운 구름만 흘러가고
무심한 세월만 갔습니다

꽃 같던 당신이 시들어 버리고
눈물이 앞을 가려서
불쑥 그리워지는 순간에도
잡을 수 없어 등을 돌립니다
내 안에 사는 그대는 그대로인데
우리는 어느새 황혼의 강가에서 노을을 바라봅니다
물새들도 그 시간의 흐름을 알까요

나직이 나를 부르던 그대의 음성을 듣습니다
깔깔대는 웃음소리도 듣습니다
잡을 수없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던 그대도
이젠 노을입니다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