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5. 7. 13:52

 


오월
 

 


푸르른 날에는 어디로 가야 하나
코끼리 등에 업혀 먼 고성을 돌아오면
보리수나무 그늘 아래 그대가 있을 것 같아
지친 걸음 멈추네
휑한 나무 그늘 밑으로는 붉은 코 원숭이 한 마리
길게 누워 자네
너였구나ᆢ긴 그리움의 끝이
호수는 뜨겁고 야자열매 익는 향기는 단데
오월의 하늘에서 뚝뚝 떨어지는 천국의 물감들
박쥐 날개에도 물드네
 
떠나지 말 것을
떠나와서 더욱 그리운 사람은
오월의 얼굴처럼 푸르르고
한가로 은 얼룩말의 오후에도
나는 여전히 뜨겁네
오월의 민낯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