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 침/김낙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5. 12. 08:20

 

 

아 침

 


전생을 건너
이른 아침잠에서 깨면
이승의 삶은 아련하고 낯설다
간밤 쏟아져 내리던 별빛과
막막한 사막 가운데 서있던
대추야자 그늘이 못내 그리워져
꿈에서 깬 것이 허무하고
허전하기만 하다

머리맡으로 어느새
쓸쓸한 계절들이 묻어나고
밤새 방황하던 흔적들이
이불깃에 아리게 서려 있어서
차마 일어나지 못하고
죽은 듯 숨죽여 있기도 한다

긴 생을 걸어와
마지막 닿은 마을에 짐을 풀어놓듯이
만갖 상념들을 내려놓고
멍하니 천정에 시선 하나를 그려 넣는다
무엇을 위해 살아나야 하는지
그냥 움직이지 않았으면 차라리 좋겠다

긴 여행에서 돌아온 구도자처럼
생의 윤회는 마디마디 절절하기만 한데
신에게로 가는 길은 멀고 험난하기만 하다
가슴이 아려오는 것은
슬픔이 아니라 차라리 통증이었다

사람들의 아침은 모두 이러할까
문뜩
하늘 호수로 떠난 어느 수행자가
내내 울고 다녔다던 황량한 풍경 앞에
서고 싶다
'갠지스'강가에서
그 '구다리 바바'를 만나고 싶다... rewrite2005


# 구다리 바바 : 누더기 천조각으로 옷을 만들어 입고 다니는 사두
(인도의 수행승). 긴 머리를 늘어뜨린 이들은 흔히 탁발 고행승
이라 불리지만 다른 종교의 어떤 수도승들과도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