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6. 15. 07:43

 

 


 


그토록 어두운 밤
그토록 짙은 적막
그토록 깊은 외로움을 조우한 적 있는가
간간이 창가를 스치고 흩어지는 바람소리가 고요하고
밤은 죽어가는 파도와 흡사하다
천공에 뿌리내리는 어둠은 그 실체를 엄폐한다
숨소리가 확장되는 순간 살아나는 전율 그 내밀한 공명
영혼의 계단에는 은둔의 시간이 부유하고 있다
욕망과 몽상이 마주하는 시간
삶은 길을 잃고 표류한다

밤의 깊이는 무저갱 같아서
방향도 소리도 없다
존재의 소리는 호흡뿐
심장은 엔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