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섬, 유월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6. 30. 15:24
섬, 유월
아, 유월이 이렇게 가고
마는구나
유월은 반은 기쁘고 반은 슬픈
계절이었는데
올 유월은 그도 저도 아닌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가버렸다
찬란하고도 화려한 장미 닮은 유월은 늘 도도 했다
강렬한 햇살과 여우비와 무지개의 달 유월
노래하던 그대는 먼 섬이 되고
접시꽃, 기생초, 달리아, 칸나, 백일홍, 산나리 꽃 천덕꾸러기
루드베키아도 그렇게 피고 지는구나
섬은 외톨이라 꽃들은 더 예쁘고 강렬하다
섬 같은 그대는 그래서 더 농염하다
아, 유월이 이렇게 가고 마는구나
손 쓸 틈도 없이
웅켜쥔 손가락 사이로 허물어지는 모래알처럼
그렇게 가고 마는구나
섬마을 사람들이 조개를 캔다
그 가운데 호미 들고 엎드린
내가 보인다
유월은 먼바다에 떠 있는 유람선의 돛 위로 여전히
찬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