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개복숭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7. 6. 13:40

 

 

 

개복숭아

 


이게 무슨 맛 이래
까맣게 잊었던 반 세기 전 맛이 살아났다
산본 시장 가판대에서 산 복숭아 맛은
개 복숭아가 익어 내는 햇볕과
바람과 야생의 맛
옛날 그대로였다

오~ 세상에~
개울가에서 따 먹던 자연산 복숭아의 맛
내 유년시절을 송두리째 불러왔다

개복숭아 한 알이
진달래와 까치밥과 산나리가 지천이던 그 온전했던
앞동산에 와 있는 듯했다
맙소사, 까맣게 잊었던 유년의 맛을 수십 년 만에 마주하다니
경이로웠다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선
산과 들과 개울가
고사리가 지천이던 나트 막 한 동산들
앵두나무 우물가와
느티나무 가지에 걸린 그네와
동구 밖 염전, 나문재
황포 돛대가 들락이던 갯고랑

이 모두가 복숭아가 일시에 가져다준 추억의 맛이다
시장에 가서 더 사다 놓고 두고두고 음미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