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밤, 소리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7. 8. 11:31

 

 


밤, 소리

 


자정 무렵 창문을 열었다
어디선가 사그락 사그락 소리가 들린다
바람에 뒤뜰 나뭇잎 비벼대는 소린가
멈췄던 비가 다시 내리는 소린가
아니면 내 귓속 달팽이관에서 나는 소린가
고요하고 정겹고 온화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잠을 설친다

대숲에서 댓잎 부딪히는 소리
그 숲으로 쏴아하고 빗줄기 몰려가는 소리
산등성이로 바람이 비몰이 하는 소리
먼바다 썰물 소리가
밤의 소리이기도 하다

다들 무고 하신지
생각나는 사람들
어찌어찌하여 이 세상에 만났다가 헤어지는 소리
만 가지 소리가 다 들리고
밤은 그렇게 점점 깊어가고
창문을 닫고 억지로 눈을 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