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7. 12. 17:24

 

 

 

노  을

 


아바나의 밤이 그리운 사람이 있다
눈물만큼 아름다웠던 밤거리와 석양과 클래식한 올드카의 추억
세월이 지나 늙은이가 된 여자는 그 밤을 늘 안고 살아서 행복했다
농부 같이 순수했던 남자와의 밀회가 평생 삶의 향기가 될 줄은 몰랐다

요양원의 하루는 혈압 체크부터 시작한다
요양사는 내 잔뇨 처리부터 시작한다
그다음 씻기고 식당으로 간다
내 휠체어는 나의 발이므로 늘 상생한다
식사를 한 후 베란다에 나가 햇볕을 받으며 그림을 그린다
푸른 하늘, 푸른 바다, 푸른 섬들 사이로 고깃배들이 떠 있다

웃기지 않는가
이 풍경 앞에서
사십 년 전 다녀온 아바나의 밤 풍경을 그린다니
남은 생도 그 밤과 함께하길 기원한다
그 농부같은 남자와 걷던 그 거리를 걸으면서

여기는 태안반도 끝자락
아바나와 정 반대의 마을에서 닮은 노을을 본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멤버
'오마라'의 '검은 눈물'을 들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