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명화의 탄생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7. 29. 15:25

 

 


명화의 탄생

 


한쪽 귀를 붕대로 칭칭 감은 그림쟁이가 자살하더니
그의 그림들은 명화가 됐다
'고흐' 아저씨다
날보고 누가 손목을 자르면 당신 그림도 유명해질 거라고 부추겨서 웃었다
물론 진부한 농담이다
그런 개 같은 역사가 있으니까

두 팔이 없는 장애인 화가 S에게 물었다
멀쩡했을 때가 좋아요
지금이 좋아요
팔다리가 없어도 유명세 탄 지금이 훨씬 좋다고 했다
막일하던 그때로 다신 돌아가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돈은 장애조차 해결해 주는 요물이니까

찢어지게 가난해서 굶주림과 싸우던 작가들은
병들어 죽거나 목매거나
맞아 죽거나 해야 유명해진다
귀를 자를까
목을 자를까
팔, 다리를 자를까
고민 고민하다가 멀쩡히 살아
결국 삼류 작가로 남고 말았네
명작은 개뿔 물 건너가고

농사짓는 화가 A 씨는
호박 팔아봐야 물감 살 돈도 안된다며
멀쩡한 붓만 빨고 앉아 있다는데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