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8. 17. 01:00
나는
없고, 못 나고, 지난한 삶을 살았어도
내 그릇에 비하면 과분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자식들이 잘 나서 잘 나가고
평생 현모양처의 내조를 받으며 살지는 못 했지만
안 굶고, 안 아프고, 착한 자식들이 있으니 다행이다
게다가 악처를 둔 덕에
시인이 되고 화가가 될수 있었다
나는 행운아라 자처한다
능력에 비해 과대 포장되고
대우 받으며 살았으니 세상에게 미안하고 송구하다
그대신 나쁜짓 안하고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다
남에게 피해주는 일은 해 본 적이 없다
손해를 보는 편이 속이 편했다
주위의 모든 것에 감사한다
나는 가난하다
그래서 마음이 안온하다
자식들도 가난하다
그래서 받을것 없어 편안하다
마음만 주고 받으니 번거롭지 않아서 좋다
아프지만 말자
아파서 마음 졸이고 상하는 일만 없으면 좋겠다
나는 행복하다
다들 무고하니 좋다
자랑할 것도
내세울 것도 없지만
사지 말짱하고
눈 밝고, 귀 밝고, 노래 잘하니
얼마나 다행이냐
바람 소리와 사계절 냄새를 맡는 나는 행복하고
복 받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