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을이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9. 1. 09:08

 

 

 


가을이다

 


가을 애호박 꽃이 코스모스 옆자리에 피었습니다
호박 화전을 만들어 식탁에 올렸습니다
아침 까치 소리에 창밖을 내다 봅니다
문밖 가을입니다

가을을 사랑합니다
모두 살찐 몸피로 잎들의 사유를 떨굽니다
목이 길고 가녀린 이들아
가을을 흠모하라
그리하면
하얀 겨울이 곧 올 것이다

고맙다는 인사는 접어두고
고구마 순처럼
고춧잎처럼 순한 나물이 되자
가을에는 깊은 사랑을 하자
깊어서 더는 떠다니지 못할 사랑을 하자

여인숙 창문을 두드리는 소슬바람에 마음을 다 주고
후회 없이 타올라 낙엽이 되자
다 태워야 가을이다

가을을 사랑하자
한 시절 잘 놀고 가야지
그래야 남을 몸뚱이가 없이
다 불사르고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