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내시경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9. 8. 13:07

 


내시경

 


식탐 많은 내가 하루 종일 쫄쫄 굶었다
위, 대장 내시경 하느라 몇 년 만에 속을 텅 비웠다
먹은 게 없으니 힘이 없다
밥 힘이 있긴 있구나 새삼 깨닫는다

胃에서 2개 大腸에서 6개의 용종, 물혹을 제거했다
콩팥에도 2미리짜리 뭐가 있다는데 작아서 요관찰 범위란다
위는 만성 위염이고
간은 지방간
장은 그럭저럭 괜찮은 모양이다

늙으니
모든 장기도 노쇠한 상태다
오래 썼으니 당연히 그런 거다
뭘 더 바라겠는가
그동안 열심히 제 구실 해준 몸뚱이가 고마울 뿐이다
자동차 부속처럼 갈아 쓰면 더 오래 살겠지만
더 오래 살 하등의 이유가 없으니
이대로 산화할 일이다
여태 살아 있다는 게 온전한 축복이다

하루 반나절을 굶으란다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대로 일주일만 굶으면
배곯아 죽을 텐데
내친김에 한번 참아 볼까

나는 먹는 것과 매일 싸우는
식탐가다
먹다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는데ᆢ
내겐 먹는 즐거움이 태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