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묘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10. 15. 08:55
묘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나
양지바른 곳에 잘도 누워 계신다
자손들이 훌륭해서 청계산 자락에 터를 잡으시고 세상 참 편하게 누우셨다
바늘 꽂을 터도 없어
한 줌의 재로 태워져
밤바다에 뿌려지는 영혼들은 죽어서도 망망대해를 망망히 떠 도는데
이분은 운도 참 좋으시다
이리 좋은 터를 잡으시고
때마다 철 따라 고운 빛 속으로 누워 계시니
청계산 오르는 길목
양지바른 언덕에 정갈한 묘지 한 채가 예쁘다
이리 좋은 곳에 누워 계시니 전생에 좋은 일 많이 하신
복 받은 양반이신가 보다
모시는 자손들도 대대손손 복 되겠다
부럽다
요즘 세상엔 너도나도 모두 불에 태워져 먼지 되어 날아가는데
양지바른 곳 진달래 숲에서 따스한 햇살 받으며 계시니 천하 홍복이다
나는 업이 많으니
청산리 앞바다에 마구 뿌려다오
흔적도 없이 날아다니며
태안반도를 떠도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