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터미널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11. 20. 10:01

 

 

 

 


터미널

 

 

동서울이든
강남 터미널이든 가서 무작정
어디든 마음에 드는 지명을 골라 떠나 보기로 한다

남도의 끝에서 간성까지
마라도는 없고 흑산도도 없다
물길은 육지에서 다시 갈아타야 하는 곳이므로

처음 가는 곳은 생면부지의 남도의 어느 도시쯤
내려서 물길을 보러 어시장을 찾아간다

허름한 모텔에서 잠 못 드는 밤을 위하여 축배를 든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그 어딘가를 찾아서 헤매고

나는 영혼이 가출한 환자다
그러기로 했다

터미널은 늘 떠나는 자의 편이므로
돌아오는 자는 말이 없다

오늘도
남도의 어느 도시에서 서성거리는 나는 비로소 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