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거미집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11. 24. 16:51

 

 

 


거미집

 

금O역사 출구에서
기억자 꼬부랑 할머니가
종일 더덕껍질을 까고 있다

봄이 가고 여름 가고 가을 가고 겨울이 와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매일 저물도록 더덕껍질을 까고 있다
덕분에 오가는 사람들 더덕 향기에 흠뻑 젖는다

한 봉지에 만원
저녁 무렵이면 생더덕 한 박스가 동이 난다

그렇게 아들을 유학 보내고
자식들 아파트도 장만했다
등이 굽도록 깐 더덕 껍질은
태산을 이루어도
금O역 뒷골목 월세방에서
홀로 사신다

거미줄과 함께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