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내 마음의 온도는 0도 입니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12. 5. 09:28

 

 

 


내 마음의 온도는 0도 입니다

 


진호 흥식이 경일이 덕식이 기능이 재환이 영민이 순자 옥희 경옥이 미희 덕승이 순덕이
내 어릴 적 산 동네 친구들 이름이다

동네를 다시 찾아갔을 때는 이미 아파트가 꽉 들어차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렸다
다행히 수도국산 꼭대기엔 달동네 박물관이 홀연히 남아있어
옛 추억을 말해주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시절 빨간 칼국수가 생각났다
빨간 칼국수란 송송 썬 김장 김치에 고추장 약간 풀어 멸치육수로 끓여낸 홍두깨 손 칼국수를 말한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옛날 엄마표 음식이다

뒤뜰 담장으로 달큼한 아카시아 꽃이며
코를 찌르는 찔레꽃 향기
다알리아, 노랑 빨강 칸나,
백일홍, 분꽃, 맨드라미, 봉선화, 채송화가 집집마다 집안 화단에 피어나던
수도국산 산 동네는 정겨웠다

지금은 모든 것이 사라지고 흔적조차도 남아있지 않아서
내 유년 시절의 추억도
마음의 온도처럼 싸늘히 식어 버렸다

가슴이 식으면 몸의 온도도 떨어져 어는데
길거리에 나 앉아 적선이라도 하려면 가로등 하나, 집 앞 모퉁이 골목이라도 남아 있어야 할 텐데

문명의 이기는 추억마저 다 가져가 버리고
남은 건 재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