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학암포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12. 22. 00:10

 

 

 


학암포

 


학암포 모래 백사장에 앉아 밀려오는 잔 물결을 보면
지난 생이 잔잔하게 살아난다
이곡리의 산마을과 갯벌, 염전, 황포돛대, 홍게, 나문재ᆢ

마음 추스르고 싶을 때 세 시간 남짓을 달려 그 해변 둔덕에
홀로 앉는다
따사로운 윤슬이 빛나고 잔잔한 포말들이 끝없이 들고나는 먼바다 끝에

티끌 같은 배 한 척 떠 있다
그렇게 한식경을 보내고 나면
속에 든 번민이 눈 녹듯 사라진다

이제 신두리 사구도 사라지고
학암포 해변도 분주하다
상가에 펜션에 카페들이 들어차서 옛날 호젓했던 정취는 사라져 아쉽게도 자취가 없다
천상처럼 한가롭고 아름답던 학암포 해변이 그립다

학암의 정기로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얻고 돌아오는 길 왼편으로
이곡리 고향집이 보인다
작은할아버지 집, 사촌 당숙 집,
주꾸미 잡아 살던 송아네도 보인다

내 동무 진달래 동산, 대숲, 늙은 느티나무ᆢ
학암포 해변은 내 영혼을 치유해 주던 유일한 안식처
내 고향이었다

못 가본 지가 십수 년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어디를 헤메 다니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내 영원한 고향
학암포는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지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