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망중한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12. 31. 05:08

 

 



忙中閑

 


누워서 벽에 걸린 새해 달력을 본다
壬寅年 1월이 펼쳐져 있다

월력 그림에는
눈을 이고 선 노송들이
일렬횡대로 서 있고
뒤로는 눈 덮인 산하가 보인다
겨울 풍경이다
설경이 아름답다

농협 달력이니 유명 화가의 그림이 분명하다
산맥 너머로 진회색 하늘이 금세 눈이 쏟아질 기세다
한참을 보고 있자니 내가 그림 속에 들어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눈 덮인 산하가 차지 않고 따듯하다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으면서 감회가 다르다
인생은 구십부터라는 어느 노시인의 호탕한 허세가 부럽다
하루에 이 만보씩 걷고
매일 철봉에 매달려 그네를 타는 구십 노구가 육십과 별반 다르지 않으니

그 기개가 경탄스럽다

저 새 달력이 마지막 장을 남길 때면 또 어떤 새 해가 기다릴까 궁금하다
지금은 그저 눈 덮인 산하 속에 들어 망중한을 즐길 뿐이다

하나도 빠쁘 지도 않은 한가한 망중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