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2. 1. 5. 00:28
석 류
석류를 사다가 네 쪽으로 갈라 부셔 먹는데
카파도키아 생각이 났다
괴레메 앞에서 석류를 즙 내어 주스로 팔았는데
진액이 새콤달콤 맛이 좋았다
이스탄불 구 시가지에서는 당근 주스를 사 먹었다
수입산 석류는 대부분 이란, 미국산이다
나라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다
우리나라 고흥 석류가 진하고 맛있다
여자에게 좋은 과일이라고 했다
씨를 골라낼 수 없으니 씨와 함께 씹어먹는다
톡톡 터지는 씨알이 매력적이다
석류처럼 톡톡 터지는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는 에베레스트 촐라체 빙벽을 오르다 눈사태로 죽었다
석류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난다
매력이 씨알처럼 톡톡 터지던 여자
시를 쓴다고 다 시인이 아니지만
매력적인 시를 쓰고 싶었다
톡톡 터지는 씨알 닮은 시를 쓰고 싶었다
그리움이 알알이 박힌 석류 닮은 붉은 시인이 되고 싶었다
결국 삼류 탱자 같은 시인이 되고 말았다
석류 닮은 여자는 눈 속에 영영 잃어버리고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