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깨가 아프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2. 1. 12. 07:12


 

 

어깨가 아프다

 


왼쪽 어깨가 살살 아프기 시작하더니 낫지를 않는다
얼마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던 통증이 이번엔 갈수록 점점 심해진다
파스도 붙여보고 찜질도 해보고 마사지를 해봐도 호전의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이십 년 전 한때 심한 통증으로 정형외과를 찾아 엑스레이도 찍고 진찰해 봤더니
회전근 석회화라며 수술하자고 하는 걸
그냥 거절하고 여직 그럭저럭 잘 지내 왔는데 세월이 가고 나이가 들자

다시 어깨가 아프기 시작했다

또 한 때는 족저근막염인지 양발 뒤꿈치가 무척 아팠다
걸을 때마다 불편해서 병원에 갔더니 뒤꿈치 뼈가 "ㄷ"자 홈으로 비어 있다면서

인공 뼈로 채워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 수술을 거절하고 대안으로 바닥 깔창을 두둑이 깔고 그럭저럭 잘 버티며 살아왔다
지금은 뒤꿈치가 아무 시렁도 않다
수술 안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두 번의 수술을 피하고 조심조심 관리 잘하며 살았는데

수술을 요하는 병도 꾸준한 운동요법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걸 그때부터 터득했다
허나 그것도 세월 앞에, 나이 앞에 무력해 짐을 요즘은 깨닫는다

그냥 통증을 즐기며 살아야지 한다
통증과 친구가 되면 적응이 되겠지 한다
누군가는 암과도 친구 삼고 잘 살아가던데
이 정도 어깨 통증이야 새발에 피 아니겠어
이런 안이한 생각으로 자위하고 위로하며 산다

왼쪽 어깨가 아프고
발 뒤꿈치가 아프고
눈이 침침해지고
손발이 저려오면 늙는다는 신호다
이젠 받아들이고 적응하며 살아야 한다

그리고 조용히 찾아올 그날을 기다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