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2. 1. 31. 10:02

 

 

 

그  물

 


코스타리카 어느 해변 마을에 가서 어부 그물이나 끌어주면서
생선 몇 마리 얻어 구워 먹고
코코넛 열매 빠개서 과육 긁어먹고
먼바다 위에서 자다 깨다
출렁거리다
저물녘에 고깃배와 함께 돌아와 눕고
어디 그런 生이 없을까

눈꼬리로 살프시 흐르는 눈물의 의미는 뭘까
눈물이 차갑지 못하고 뜨거운 까닭은 뭘까
어둡도록 앉아 있는다
먼길 돌아와 모로 눕는 生이여
미안하구나
나의 역할을 다 못하고 눕고 말았으니
아, 이렇게
이번 生도 무상하다

이제 몸 풀 시간
모든 짐을 벗어놓고 내려놓자
망명의 시간은 고요하다
누구도 없이 혼자의 시간을 배려하고
숭고하고 경건하게 경배를 드리자
어디에도 얕은 生은 없더라

배가 고파서 운다
뜻 모른 슬픔에 겨워 운다
길 잃어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