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봄이 오는 뜨락에서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2. 2. 6. 08:00
봄이 오는 뜨락에서
그리운 사람은 늘 멀리 있고
손에 닿을 듯 말 듯 꿈만 꿉니다
그대 소식 없어도 늘 지기처럼
곁에 남아 있습니다
당신은 늙지도 못하고 노래도 못하고
늘 그 모습으로만 남아있네요
나는 이미 늙었습니다
어젠 서설이 내려서
요양원 뒤뜰에는 잔설이 아직도 남아있고
입춘이 서둘러 지나갔습니다
휠체어가 이젠 몸에 버거워 집니다
누가 밀어줘야 앞으로 나갈 수가 있네요
어제는 요양사가 삼나무 숲이 보이는 뒤뜰로 데려다줘서
잔설을 보았습니다
아직도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게 은혜롭습니다
다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그래도 덜 외로워지니 고마운 일이지요
혼자 노는 법을 익힌 지 오래지만
그도 몸이 불편하니 소용 없네요
그대는 얼마나 늙었을까요
뒤뜰에서 까치가 웁니다
먼 곳에서 봄 편지가 오려나 봅니다
'맨해튼'이 어디에 있는지
'마이애미'가 어딘지 모르지만
까치가 울어대는 걸 보니
자식들의 소식이 오려나 봅니다
여기는 OOO 요양병원
요양소 뒤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