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2. 3. 8. 17:06

 

 



회 상

 


나는 나를 주관적으로 잘 모른다
객관적으로 볼 때 비로소 희미하게 내가 보인다
내가 모르는 나를
남들이 볼 때는 뚜렷하게 보이는 법이다

요즘은 늘 몸이 물속을 걷고 있는 느낌이다
바람을 거슬러 갈 때면 늘 석양은 산 봉우리에 걸려 있는 듯했다
떠나고, 떠나고, 떠나기, 떠날 때마다 낮게 낮게 흐르길 원했다

내게 와 준 사람을 차례차례 회상한다
억겁의 인연으로 왔다가 억겁의 인연으로 떠난 사람들
같은 하늘 아래 있지만 수만리 우주에 헤어져 산다
그들도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이 모든 인연은 은혜로운 일인데

광장시장 박가네 빈대떡집에 앉아 탁주 한 사발 놓고
길손이 되어 본들 흐를 수 있겠는가
스밀 수 있겠는가
봄 가뭄에 불이 붙는다
가슴이 말라 타 들어가도 물길은 내리지 않는다
봄은 그래도 거침없이 피어난다

경칩이 지났다
들길이 푸른빛을 머금는다
겨우내 들여놓은 화초들 이제 베란다로 내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