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제천댁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2. 5. 12. 00:18

 

 


제천댁

 


진통제를 달고 살던 제천댁
허리 복대 없이 밭일 못 가던 제천댁
밤새 끙끙 앓다 새벽녘엔 들로 나가던 제천댁이
숟가락으로 방문을 안으로 걸어 잠그고 먼길 떠나셨네
외딴 산꼭대기 마을에서 홀로 화전밭 일궈 자식들 도회지로 출가시키고
혼자 평생 늙어 죽도록 밭 일하던 아지매
얼마나 아팠으면 그랬을까
이제 호미 놓고 쉬네

자식들이 뭔 소용이여
들기름 참기름 고춧가루 서리태 바리바리 가져갈 줄만 알지
에미가 굶어 죽는 줄도 모르는데

장사 치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논 밭 다 팔아 자식들이 나눴다던데

애달퍼라
제천댁은 바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밭에 개망초만 무성히 피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