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작정 없이 살걸 그랬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2. 6. 9. 23:05
작정 없이 살걸 그랬다
육체가 마음을 밀어내고
마음이 정신을 밀어내면
思考는 아무 필요가 없게 된다
갖가지 허울들이 정신과 마음을 지배하고
꼭두각시처럼 살다 보면 닫게 되는 종착점
그때 알게 된다
무작정 살 걸 그랬다
돌아가는 귀로
저녁놀은 그냥 아름답다
오지랖을 떨어봐야 그냥 인간세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현실의 벽 앞에 무력하다
그냥 작정 없이 살 걸 그랬다는
육체의 감정은 동물적인 감각에 기인한다
벗어보면 안다
털 없는 유인원 한 마리가
보인다
아~ 무작정 살 것을
얼마나 치장하고 살았는가
거지 같은 인간들
빌딩 숲에서
아파트 촌에서
빽빽한 자동차 행렬 속에서
나를 본다
방출되지 못하는 오염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저녁
창밖 앵두나무 가지에 까치 한 마리 앉았다
비 온 끝에 남산에 무지개가 떴다
삼십 년 만에 보는 도시 무지개다
그가 여태 살아 있었다니 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