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2. 7. 2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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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는 것은 없다
우리가 세상을 지나가는 걸까
세상이 우릴 지나가는 걸까
어떤 *슬픈 영화가 말했다
세상이 우릴 지나가는 것이라고
자작나무도 갈참나무도 대추야자도 바위도 강물도
새도 사람도 다 흔들리게 마련이다
꽃이 흔들릴 땐 예쁘고
방파제와 고깃배가 흔들릴 땐 무섭다
바람 불어도 좋은 날에
사람이 흔들릴 땐 왠지 더 슬프다
어디 흔들리지 않는 것이 있으랴
바람 앞에 등불처럼 흔들리며 서로 부둥켜안고 사는 거다
흔들린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이니 두려워 말라
흔들리며 뿌리는 더욱더 깊어지는 것이니
흔들려서 외로운 코스모스가 미루나무 가지 끝에 걸린 가오리 연에게 말했다
우리가 흔들려서 사람들에게 많은 위로를 주고 있잖니 라고
어느 날 가지 끝에 연은 바람에 날려가고
코스모스는 밑동이 잘려 농부의 퇴비가 되고
바람만 혼자 온 세상을 흔들어 놓고 다닌다
* '애프터 웨딩 인 뉴욕'은
슬픈 사랑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