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하늘을 모르는 새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2. 9. 19. 00:39



수 천년 동안
인간의 먹이가 된 새가 있습니다
튀기고, 볶고, 삶고, 지지고,
수많은 먹거리로 태어납니다

평생 한 번 날아 보지도 못하고 우리에 갇혀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고
식탁에 오르는 새
인간의 음식이 되는 새

알의 운명은
달걀 푸라이와
달걀 토마토 볶음
폭탄 계란찜
당근 계란말이
마약 김밥 속 달걀 고명
달걀조림

새의 발과 똥집은
오늘도 밤 포장마차를 끌고 광장시장으로 갑니다

인간은 이 새의 이름을
'닭'이라고 부릅니다


# [닭]
한자어로는 보통 계(雞, 또는 鷄)가 쓰였고 촉야(燭夜)·벽치(䴙鴟)·추후자(秋候子)·대관랑(戴冠郎)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