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너에게로 간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2. 10. 13. 08:01

오늘도 태양평 한 가운데 떠 있는 너에게로 간다
모진 풍파를 이겨내며 살아온 너는 섬
겨울이 오면 너에게로 달려간다
폭설 속에 갇혀 옴짝달싹 못해도 좋고
풍랑을 만나 오도 가도 못해도 좋겠다
창밖에 키 만큼 쌓인 눈을 바라보다
파묻혀 죽어도 좋다
하루 밤이면
만리장성을 쌓는다는데
그 많은 불면의 밤이면 천리 성을 쌓고도 남았을
그 겨울이 와서
폭설이 내리고
길이 사라지고
영영 雪葬이 되면 좋겠다
아, 그런 섬이 있어서 좋다
淸河 호수에 삼나무들이 눈꽃 옷을 입고
나를 반기면 나는 달려간다
그 겨울, 그 폭설 속으로
그렇게 너에게로 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