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저문 강에 배를 띄우고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2. 10. 18. 23:18



저문 강에 배를 띄우고
내가 너를 다시 볼 수 없을 때
너도 나를 볼 수 없을게다
나는 이미 건너지 못할 강을 건넜고
거룻배는 떠나갔으니
너와 나 사이 검은 강만 남았다

세월이 흘러 강이 마르면
강산도 변하고
저 산 위에 봉분들이 무성하겠지
그때 나를 찾으면 그곳에 없을 거다
나는 이미 바람 되어 날아가 버린 후일 테니까

설령 물의 나라가 되어 나를 찾더라도
너를 위해 울지 않겠다
나는 다만 물로 흘러갈 것이다
대신 너는 나를 위해 통곡해도 된다

내가
너를 위해 울지 않는 이유를 묻지 마라
세상 만물 중
사람이 제일 나쁜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