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발가락이 안 닮았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2. 10. 28. 00:56

나 닮은 애를 낳고 싶다던
그 네가
나를 닮지 않은 아이를 낳았다
눈, 코, 입, 귓불 어느 한구석 닮은 데가 없다
발가락도
손가락도 닮지 않았다
그렇다고 외탁도 전혀 아니다
나처럼 공부머리 없는 것과 달리
똑소리 나게 학원 한번 안 다니고
줄곳 일 이등만 하더니
명문대, 명문 일류기업을 들어갔다
도대체 이 아이는 누구를 닮은 걸까
나를 닮은 아이를 낳고 싶다더니
멀쩡한 아이를 낳았다
찜찜하다고 뒤를 파 볼 수도 없고
돌연변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하여튼 나는 비루한데
자식이 잘 나가니 좋긴 좋다
나 닮은 애를 낳았으면 어쩔 뻔했는가 큰일 날 뻔했다
그런데 도대체 누굴 닮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