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섣달 그믐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2. 12. 31. 23:02

등잔불도 좋고
호롱불도 좋고
촛불도 좋고
남포불도 좋다
이 밤새도록 지켜볼 테다
섣달 그믐밤이 얼마나 어둡고 침침하고 고요한지
두고 볼 테다
그러다 새벽이 오면
들창을 열고
눈 내린 들녘을 바라보고 엉엉 울테다
간 밤이 얼마나 길고 힘겨웠는지
누가 알겠는가
사람은 저마다의 감옥을 만들고 쇠고랑을 차고 산다는 것을
누가 알겠는가
섣달 그믐밤이 저물어 간다
새날 새 아침이 두렵다
해돋이도 안 보고 잘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