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1. 8. 10:03



자꾸 싹이 나오고
또다시 나와서 움트고
그렇게 잎새가 되고
쉼 없이 자라서
그렇게 천년 고목이 되고

물과 공기가 필요하다
자양분도 필요하고
사랑도 필요하고
그리움도 필요하다
자라는 것들은 거저 크는 게 아니다
누군가의 보살핌 속에 자라는 것이다
나락도 농부의 발자국 소리에 큰다고 하지 않던가

나무는
사람의 성장이 멈춘 후에도
한참 더 많은 세월을 혼자 자란다
사람이 늙어 지팡이를 짚을 나이에는 넓은 그늘이 되어 주기도 한다
사람들이 떠난 후에도 느티나무는 그렇게 천년을 홀로 살아간다

백학 한 마리 강물에 서 있다
언 강가에 다리를 담그고 서 있다
다리가 얼겠다
나무뿌리도 춥겠다
빨리 봄이 와야  새 싹을 틔울 텐데

사람은 동면을 모른다
추운데도 자꾸 돌아다닌다
무정자 인간들이 늘어난다
나무처럼 기다릴 줄을 모른다
봄이와도 싹을 틔울 줄도 모른다
나무가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