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불면의 밤을 숭배한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2. 19. 01:28



푸른 정맥을 닮은 불면의 밤이
날 깨우지 말아요 하고 속삭인다
토끼의 빨간 눈으로 적막을
가리고
언젠가는 잠들 시간의 공포들이 꽃을 피운다
밖에서 우는 바람 소리가 연주처럼 들리고
사각사각 발자국 소리가 작두를 타는 만신의 흰 버선코에 걸려있다

슬픈 시집 한 권 들고 나섰다
밤의 바이크를 타고 은하를 가로질러 오래된 거리를 질주한다
슬픈 시는 밀자루의 호밀처럼 흩어져 밤의 魂靈들을 깨운다
제발 굽은 등위로 수은등을 밝혀주세요
어깨에서 발목까지 강물이 흐르게 해 주세요
봄이 오기 전에 제발 불면으로 죽게 해 주세요

은하철도 999 메텔 옆 좌석을 예약할게요
우주의 끄트머리까지 가 볼 텝니다

물에 빠진 사람처럼
횡설수설하다 보니 어느새 여명이 밝아옵니다
잠의 신은 나를 결코 재우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