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인네가 노인을 모시고 다닌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4. 2. 22:17

가천대 길병원
내과 진료실 쪽으로 휠체어를 탄 할아버지를 머리가 하얀 노인이 모시고 간다
휠체어에 앉은 노인의 연세는 99세 한살만 더 드시면 백수
휠체어를 미는 아드님은 71세 칠순 이시다
동네 천변이나 이웃 거리에서
요즘 흔히 보는 풍경이다
어쩌다 노인이 노인을 모시고 다니는 세상이 왔는지 모르겠다
의료 발전이 가져다 준 현상이라면
축복인지 재앙인지 판단이 잘 안 선다
내 친구의 아버님은 98세
어머님이 96세 장모님이 94세
세분 모시고 다니느라 병원 문턱이 닳는다
본인도 정작 각종 성인병에 통풍으로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닌데
친가 처가 모두 장수하셔서 힘이 부친다
게다가 와이프마져 낙상으로 오른팔이 부러져 철심을 박고 깊스를 했다
복대까지 찬 아내를 대신해서 끼니며 청소며 살림마저 도맡아 해야한다
반려견은 매일매일 아침저녁 산책까지 시켜야한다
요즘은 개 수명도 늘어나 치매까지 걸리며 20세까지 산다니까
아들 딸은 도움이 안 된다
조기 유학시켰더니 거기 눌러앉아 미국 시민이 됐다
뭐 이런 瑤池鏡 같은 세상이 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