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혼족 동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4. 15. 07:50



산본시장 뒤편 다가구 세대 근처에는 중국인들이 많이 산다
연변 등지에서 온 이들이 조금씩 불어나더니 자리를 잡았다
밤에는 연변 음식점들이 불야성을 이룬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귀가한 이들이 한잔 술에 회포를 푸는 곳이다

산본1동 78번지 지하방에는 구순의 노인네가 홀로 산다
안양 아들집을 나와 5천만 원짜리 전세를 얻어 혼자 산다
낮에는 더덕 한 상자를 끌고 나가 온종일 껍질을 까서 전철역 승하객을 상대로 판매한다
한 봉지에 만원

한 상자를 까서 팔면
칠 팔만원 남는다
노인네 혼자서 생활하는 데는 충분한 액수다
틈틈이 모아 두었다가 명절에 손주들 용돈도 두둑이 챙겨줄 수 있다
다만 여름에는 무더위를 인내해야 하고 겨울철에는 추위와 사투하며 싸워야 한다

금정역 주택가 주변은 세대별 임대료가 타지보다 비교적 싼 편이다
그러다 보니 연변 사람들이나 혼족들이 하나 둘 모여 살게 된 곳이다

나도 이곳 주민의 일원이다
저렴한 작업실을 찾다 보니 이곳까지 왔다
작업은 주로 낮 시간에 이용하고 저녁에 본가로 귀가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 이곳을 사용한다
혼자만의 공간이라
사유의 시간들이 많다
라디오 영화 음악도 듣고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며 논다

벌써 이 년이 다가오니 계약을 갱신할 때가 됐다
해 논 것은 없지만
혼자 놀기가 좋으니 만족한다
한 이년 더 있어 볼까나 생각이다

혼족 마을에는 고양이나 반려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