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저문 바다에 나를 던져 놓고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4. 25. 09:46

저문 바다에 나를 던져 놓고
낮엔 태양 빛에 윤슬로 반짝이고
밤엔 칠흑 같은 어둠으로 밤바다를 헤매이고
별밤이면 별을 줏으며 떠 다닐 텐데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는 바다 사막
낙타의 등도 없고
일엽편주 길 잃고 떠다니는 배
포구의 홍등이 그리워지는
날엔 닻을 내리고 풀잎처럼 눕자
별 하나 떨어지면 주워
그 이슬로 허기를 달래자
뱃전에 서리 내린 아침
동트는 곳으로 찾아가자
거기 그대가 서 있었으면 좋겠다
가슴에 얼굴 묻고
반나절쯤 흐느끼며 여로 끝 응석이라도 피우고 싶다
너는 강
나는 종이배가 되어
함께 흘러가자
먼바다에 이르면
종이신을 신고 뭍에 올라
옥수수 밭 갈며 함께 살자
바다가 사막될 때까지
사막이 다시 숲이 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