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6. 5. 08:40



바람 불고
비 오고
눈 내리는 소멸의 시간들이 지나고
먼지가 되는 날이 오면
영혼이 온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날아가네 날아가네
민들레 홀씨처럼 혼도 날아가네
한낱 한 줌도 못 되는 뼛가루를 바람에 묻고
여기는 벼랑과 死木의 나라

전생이 흔들리네
그네 타듯 흔들리네
조각조각 새들의 먹이로 날개가 되네

죽은 자리가 살던 자리던가
살던 자리가 죽은 자리였던가
부디
손가락에 끼운 묵주 반지도 어금니에 씌운 금(金) 조각도 다 삭아
바람 속에 날아가게 해 주시오
누구의 밥이 되든
거름이 되든 다 좋소이다

바람을 덮는
탁발승의 옷자락이 돼도 좋소이다
마지막 피가 다 마를 때까지
바람과 놀다 가게 해 주시오

나는 그렇게 바람 따라 실려가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