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똥개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6. 25. 00:10

충환이는 까맣다
옛날에는 집안 농사 짓는라 그랬고
지금은 토목, 건축일에 종사해서 그렇다
학교 다닐 때는 논 밭일이 우선이라 농번기에는 학교도 자주 결석했다
선생님께 꾸지람도 많이 들었다
집이 궁핍해서 점심 도시락을 못 가지고 다녔다
그래서 충환이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도 한결같이 까맣다
집에 누런 똥개 한 마리를 키웠다는데
수업 시간에 책 페이지 모서리마다 개 대가리 그림을 그려서 별명이 똥개가 됐다
사회 선생님이 지어준 별명이었다
찌글이, 딱불이, 멍게, 돼지 밥그릇, 똥구멍이란 별명을 생산한 사회 선생님은 요즘 개그맨
양세형처럼 깐족거리고 아주 짓궂으셨다
지금은 똥개라고 부르면 충환이는 얼굴을 붉히며 발끈한다
듣기 싫은 모양이다
그동안은 어떻게 참고 지냈을까 궁금하다
충환이는 까맣다
평생 까만 티를 벗지 못하고 산다
속까지 타서 아마 까말 거 같다
지금은 돈 많이 벌어서 떵떵거리고 잘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