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죽음을 선택하는 이유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7. 20. 00:15

자기 제어가 안될 때
여한이 없을 때
우울할 때
많이 아플 때
시한부 통보를 받았을 때
삶에 의미가 없을 때
자신을 상실했을 때
빚더미에 앉았을 때
12층 아파트 발코니에서 보면
먼 섬들이 들어오고
유람선과 고깃배가 들고 나는 항구가 보인다
여기서 뛰어내리면 바로 바다에 풍덩 빠질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물이 차가울까 따듯할 까
괜한 걱정도 해보며
그렇게 하루를 보낸다
아침에는 충동적이다가
저녁 노을을 보면 가라 앉는다
계절이 다 가도록 헤어질 결심을 못 했다
포구의 아침저녁이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에 자꾸 결정을 미룬다
오늘은 빈 차를 타고
밤 항구를 돌았다
통영 기사 아저씨는 택시 요금으로 삼만 원을 받았다
원조 통영 할매집에서 김밥을 먹었다
비 오는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기다리다
개인택시가 와서 탔다
언덕을 오르자 바다가 보이는 집,
아파트가 보였다
오늘은 헤어질 결심을 해야겠다
통영은 아프게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