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이 겨울쯤 죽어도 좋겠습니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8. 23. 08:41

화려한 봄 지나고
여름 한 복판 태풍 폭풍 다 떠나보내고
서리 지는 들녘 보며 흔들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이쯤이면 다 오지 않았을까요
곧 겨울이 닥쳐오고
눈이라도 내리면
갈 길이 불편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가는 곳의 새벽 기차는 정시에 올까요
은근히 걱정도 되고 조바심도 납니다
이 겨울쯤은
죽어도 괜찮겠어요
무난한 계절들을 수없이 떠나보내고
이쯤에서는 내 순서가 아니겠어요
지난(至難)했어요
그러나 가난해서 좋았습니다
그래서 세상살이가
그럭저럭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모두 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지요
누구누구, 아무개도 연이 닿아
동시대를 같이 살아서
행복했습니다
감사히
겨울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