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살아있는 사람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9. 1. 23:59

아직은 어딘가에서 살아 숨 쉬는 사람이 있다
그 어느 도시 어느 동네에서
빨래하고 밥 먹고 똥 누고 잠자는 사람이 있다
슈퍼에서
사무실에서
혼잡한 거리에서
한가한 공원 벤치에서
어쩌다 마주칠 것 같은 사람
아이스 바도 물고
자판기 커피도 마시고
시장통 도깨비 칼국수도 먹고
길거리 어묵도 잘 먹는 사람
흔하디 흔한 그런 사람
앙파 한 소쿠리
가지 세 개
오이 두 개
손두부 한 모
도토리묵 사들고
저녁녘 뉘엿뉘엿 귀가하는 사람
살아 있으니 됐다
살아가니 됐다
서로 잊지 못하고 가끔 그리워하며 사느니
그래도 가끔 생각날 때면
눈시울이 붉어지는 사람
그러니 됐다
그러면 된 거다
살아서 언제 한번 만날 수 있으면
태평양 한가운데 배 띄우고 놀자
어쨌든 살아 있으니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