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사랑한 后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9. 4. 08:17

애욕의 세월을 보낸 후
남아 있는 건
뼈만 남은 기억이다
불의 날들은 타서
재만 남았고
허욕은 허수아비 소맷자락처럼 펄럭인다
거기 누군가가
거기 어디에서
숨 죽이고 바라보다가 절명하는 날
그날이 내 생애의 정점이었다고 말하지 않겠다
오늘도 비 오는 창가에 앉아
사약처럼 쓴 커피를 마신다
毒도 없는 사약을 죽음처럼 마신다
망나니가 내리친 칼날은
서슬 퍼런 바람 소리를 가르고
내 뒷 목을 친다
엔젠가 그렇게
관계는 두 동강이 나는 것이다
욕정은 살아서
애욕의 뒷골목을 서성거리고
뼈 부딪히는 소리는
대숲 아쟁 우는 소리를 닮았다
사랑이 지나간 後에
기억은 殘雪만 남기고
먼 生의 이전으로 회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