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식은 커피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10. 9. 23:59

카페에 앉아서
커피가 식을 동안
두 편의 시를 썼다
한 편은 슬프게
한 편은 환하게 썼다
카페의 음악이 늘 같은 곡이라 지루하다
손님들은 음악에는 별 신경을 안 쓴다
다들 소음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나는 그 음악이 영 지루하고 진부하다
식은 커피는 왠지 쓸쓸하다
맞은편 아파트촌에 불이 들어올 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간다
길섶에 쑥부쟁이가 피기 시작했다
밤의 꽃은 처량하다
내일은 여행을 떠나야겠다
뜨거운 나라에 가서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뜨겁게 놀아야지
코끼리도 보고
개코원숭이도 보고
코뿔소도 보고
콘돌도 볼 테다
식은 커피는
왠지 쓸쓸해서 싫다
베란다 창가에 내버려 두고 가련다